구라도사의 글 창고

IN Generation - The Creative Team

쫓겨난 이들의 세계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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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6

Livin la vida loca

들을 때마다 흥겨운 노래가 있다. 나온 지 꽤 오래 되었고 빌보드에서도 1위를 수 주간 했다 하도라도 그런 노래가 한두 곡도 아닌데 이 노래는 꼭 두 번, 세 번씩 듣게 된다. 그리고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 하게 된다. 가사는 뭐 그다지 추천할 만하진 않지만 “upside inside out she's livin' la vida loca”라고 부르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노홍철이 예전에 추던 저질 춤을 따라 춰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길거리에서 혼자 이어폰을 낀 채 그러고 있으면 진짜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둔중한 몸을 움직여 못된 춤이라도 추고 싶다. 하지만 얄팍한 이성이 억누르는 바람에 유투브에 오를 기회를 놓치고 있지만. 아무튼 그 노래는 꽤 중독성이 있고 춤을 부르는 라틴 음악임엔 분명하다...

혼잣말 2024.01.11

빈 일정에 대한 강박

일정표의 빈 칸을 보면 왠지 그 날은 헛되게 산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일정표에 별 시답지 않은 것까지 기록하고서야 마침내 내가 하루를 열심히 산 것처럼 뿌듯해 한다. 왜 ‘방구석에서 뒹굴다.’가 일정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거라도 채워 넣어야 내가 오늘 하루를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일정표를 채워 나가는 게 순리이건만 이젠 일정표를 채우기 위해 일을 만드는 주객전도의 상황까지 벌어지곤 한다. 옛날 어떤 글에선가 남자는 아침에 밥숟가락 놓으면 밖으로 나가 하다못해 돌멩이 하나라도 주워 와야 한다는 것을 보았다. 돌멩이 하나 주워 오는 게 뭔 대수라고 그러냐고 하지만 그 돌멩이가 나중에 담을 세울 때나 마당의 빈곳을..

혼잣말 2023.12.13

사는 건 진행 중

언제나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뭐 그런 것에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그저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이에게는 누구나 그렇지만 산다는 것 자체가 진행 중이다. 뭐 잘난 말로 비분절적 시간의 흐름이지만 결국 끊어지지 않는 현재의 연속이 삶이 아닌가. 지나고 보면 속절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은 그렇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삼 일간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뭐 내가 뉴요커도 아니고 그깟 거 못 먹었다고 안타까울 것도 없지만 달빛도 검은 아스팔트마냥 칙칙해지고 별빛도 무수한 붉은 십자가보다 흐릿해지는 이 새벽에 문득 씁쓸한 맛이 그립다. 오래된 청소기 필터마냥 무언가 잔뜩 가슴에 낀 것같다. 매일 반복되는 스팸 메일을 지우듯 무언가가 자꾸만 내 마음 ..

혼잣말 2023.12.12

진지한 게으름

요즘 통 글을 못 쓰고 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쓰기 싫어서 쓰지 않은 것뿐이다.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겠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글쓰기가 싫은 적이 있었나 싶다. 사실 재미로 혹은 흥미로 글을 써 왔고 앉으면 대체로 글이 나왔지만 요즘 같아서는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쳤는지 아니면 안일해졌는지 글쓰기가 도통 되지 않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글쓰기라는 게 담배를 한 대 피우듯 그저 소일거리처럼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다가도 어딴 때에는 정말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무척이나 소중하고 또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생각 없이 그냥 읽히는 글을 보다가 보면 문득 이런 건 나도 그냥 쓰겠다 싶다가도 이렇..

혼잣말 2023.12.10

소시민

소시민 담뱃값이 올라 담배를 끊는다. 남들이 끊는 목적과 다르게 돈이 없어 끊는다. 가난한 글쟁이의 상상력마저 앗아가 버리는 현실에 무기력하게나마 저항해보려고 하지만 조만간 욕을 퍼부으며 다시 피겠지. 돈도 안 되는 글 쓴다며 어머니는 타박이지만 그깟 돈이야 벌면 되지 허황된 호기를 부리며 어머니께 손을 벌린다. 쪼글쪼글한 손으로 지갑을 열며 다 큰 놈의 자식이 돈달란다고 타박하며 내주는 만 원짜리가 아름답다. 한 장만 더. 손끝에 걸려나온 지폐를 가늠하며 잉어를 낚아채듯 손아귀에 잡고 친구들과 술 마시러 밖으로 나간다. 세상을 뒤집을 듯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고 비싼 담배를 비벼대고 소주 한 잔 맥주 두 잔 니가 내네 내가 내네 없는 돈들이 궁상떨며 어쩌면 이루지 못할 꿈을 털어내며 술 취해 걸어오는 ..

습작시 2023.12.09

지랄 쌩쑈

얼마 전 나는 미간 사이에 작은 상처를 하나 얻었다. 물론 공짜로. 누구나 겪었음 직하지만 어쩌면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아주 애매모호한 경험이기에 이러한 경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글을 남긴다. 모년 모월 모시.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요의가 느껴져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다. 문 앞에 쓰레기통이 있기에 그걸 피해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내 몸통 가장 아랫부분인 새끼발가락이 문의 가장 끝부분인 문 가장자리에 걸렸다. 다들 알다시피 그 순간의 고통은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작열통이나 절단통보다 심하지 않은가. 나는 나의 연약하고 남들보다 못생겨 발톱도 항상 비뚤어지게(절대 배가 나와서 그렇게 자르는 건 아니다.) 잘리는 새끼발가락을 ..

혼잣말 2023.12.08

멍석 위에서 춤 못 추는 놈

오래 전 일이다. 한 10년은 되었을 거다. 그 때 나는 한창 홈페이지며 블로그에 글을 잔뜩 남길 때였다. 소설이랍시고 이런 것 저런 것을 올렸고, 마치 얼치기 철학자가 빙의한 듯한 태도도 온갖 현학적인 말(지금 내가 읽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의 나열)을 쏟아낼 때였다. 그 때 어떤 출판사에선가 내게 글을 의뢰했다. 홈페이지의 글처럼 생활과 관련된 담백한 글(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글을 의뢰한 사람도 참 글을 볼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을 하나 써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나는 앞뒤 재지 않고 그러마 했다. 물론 내 글로 출판사에서 내는 책을 몽땅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꼭지만 싣는 것이었지만 난 마치 그것이 내 글을 사회가 인정해주는구나하는 착각을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인생사가 ..

혼잣말 2023.12.08

아포칼립스

아포칼립스 세상에 혜성이 떨어져 내려도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좀비 떼가 득실대도 지겨운 인간들은 살아남아 지구의 골수를 빼먹으며 자연의 순수를 삶아 먹으며 우주의 정수를 훔쳐 먹으며 서로에게 삿대질하고 모든 것이 네 탓임을 비난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나는 아니다 나는 그렇지 않아 나만 아니면 괜찮아 그건 저들의 잘못이지 신에게 순종하지 않아서지 모두가 그들이 탓이지 그렇게들 살아 간다 저렇게들 살다 간다 이렇게들 살고 간다.

습작시 2023.12.07

문득 깨달음.

물끄러미 내가 쓴 글들을 보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예전 같았으면 부끄러워 어디 내놓지 못할 글이라고 생각한 것을 아무 부끄럼없이 연재까지 하고 있다니....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고.' 나는 그런 것 같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일도, 공부도, 심지어는 밥 먹는 것도. 하지만 돌아보면 어떤 것도 완벽히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럭저럭 잘 해 왔다. 아니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다가 변죽만 울리고 끝난 게 한 두 번이던가? 그러다가 왜 내가 완벽하게 준비를 하려고 할까 고민을 해 보았다. 그런데 아주 뜻밖의 결론이 나왔다. '난 처음 하는 일은 대부분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무엇이든 '처음' 한 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혼잣말 2023.12.07

정말 그런가?

한 때 일이 너무 많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제발 내 일 좀 누가 나눠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했다. 그리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대신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이유라며 자위했다. 그러다가 일이 좀 줄고 시간이 여유로워지니까 이제 글도 좀 쓰고 못한 것들도 좀 해야지 하니 게으름과 무식하게 다룬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면서 또 글을 쓰지 않는 핑계를 댄다. 결국은 바쁘거나 바쁘지 않거나 글을 쓰지 않는 건 핑계에 불과했다. 다시 바쁜 시절이 찾아오니 오히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글이란 걸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지금 나는 여유로울 시간이다. 아니 여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피곤한 일상이다, 정신없는 하루다 ..

혼잣말 2023.12.07

비로 그린 하얀 수채화 - 제 3의 길

비로 그린 하얀 수채화 - 제 3의 길 내가 그녀의 곁을 의도적으로 맴돈 적은 없다. 단지 내가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갔던 자리엔 어김없이, 아니 항상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있곤 했다. 담배 피우러 나간 자리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도,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도, 또 수업 들어가는 중간에도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더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종로나 혹은 을지로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걷다가도 그녀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주침이 기억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독 기억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그녀가 남달리 예쁘다거나, 아니면 그녀가 남들과 다르게 튀어 보인다든가, 혹은 유독 어두워 보인다든가 하는 이유가 아니다. 단지 어느 순간엔가 서로 눈이 마주치며 아는 ..

단편 소설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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