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그린 하얀 수채화 - 제 3의 길 내가 그녀의 곁을 의도적으로 맴돈 적은 없다. 단지 내가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갔던 자리엔 어김없이, 아니 항상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있곤 했다. 담배 피우러 나간 자리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도,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도, 또 수업 들어가는 중간에도 그녀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더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종로나 혹은 을지로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걷다가도 그녀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주침이 기억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독 기억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그녀가 남달리 예쁘다거나, 아니면 그녀가 남들과 다르게 튀어 보인다든가, 혹은 유독 어두워 보인다든가 하는 이유가 아니다. 단지 어느 순간엔가 서로 눈이 마주치며 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