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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Livin la vida loca

구라도사 2024. 1. 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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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때마다 흥겨운 노래가 있다. 나온 지 꽤 오래 되었고 빌보드에서도 1위를 수 주간 했다 하도라도 그런 노래가 한두 곡도 아닌데 이 노래는 꼭 두 번, 세 번씩 듣게 된다. 그리고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 하게 된다.

가사는 뭐 그다지 추천할 만하진 않지만 “upside inside out she's livin' la vida loca”라고 부르는 부분은 나도 모르게 노홍철이 예전에 추던 저질 춤을 따라 춰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길거리에서 혼자 이어폰을 낀 채 그러고 있으면 진짜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둔중한 몸을 움직여 못된 춤이라도 추고 싶다.

하지만 얄팍한 이성이 억누르는 바람에 유투브에 오를 기회를 놓치고 있지만. 아무튼 그 노래는 꽤 중독성이 있고 춤을 부르는 라틴 음악임엔 분명하다.

 

나는 음악에 대한 편식이 심했다. 고등학교 때와 대학을 다니면서 헤비메탈이 아니면 음악이 아닌 것처럼 살았다.

Bon jovi는 가볍고, Micheal learns to rock은 그룹 이름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으며 Micheal jackson은 댄서였고 하다못해 Queen마저 음악적 깊이가 현저하게 모자란 그저 그런 그룹이라고 생각했으니 분명 그 때는 미친 게 분명했다. 하다못해 Metallica의 새 앨범을 듣고(아마도 reload 앨범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메탈을 버렸다는 개도 고양이도 하다못해 시궁창의 라바마저 비웃을 생각을 했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이런 '헤비' 메탈 유저가 리키 마틴이라는 라틴 댄스 음악에 질펀한 엉덩이를 흔들고 싶다니 많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아주 뜬금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 고전 문학 시간에 춘향가 판소리 완창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우리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아무리 우리가 응답하라 1994의 세대를 산다 하더라도 우린 X 세대가 아니던가. 춘향전 완창이라니. Bob dylan이 베트남전쟁 옹호하는 소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우리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고전 소설 수업은 지나갔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나의 흑역사 속의 한 페이지인 2000년 중반 혼자서, 그것도 판소리 춘향전을 들으러 지금은 어디였는지도 가물가물한 그 곳으로 갔다.

고전 소설 수업 시간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그냥 무슨 바람이었는지 그걸 들으러 갔다. 물론 그 이전에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사는 형수라는 친구가 헤비하지 않은 음악도 좋은 것이라며 윈앰프 음악 방송을 하면 나를 꼭 불러 머릿수를 채우며 자신이 알고 있는 음악들을 틀어 재끼느라 다양한 음악을 듣긴 했다.

 

Cream이며 Crossby, Jeff beck, Joe satriani 등 이건 뭔가 싶은 늘어지고 헤비함이라곤 건강식의 MSG마냥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음악들로 선곡을 해서 나도 졸고 그나마 있던 청취자도 졸고, 자기만(형수) 좋아했던 음악 방송은 당연히 길게 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 음악적 취향을 뒤집어 엎는 데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리 크게 영향을 준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 때 보러 간 판소리는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해 주었다.

창을 하는 순간이나 아니리로 대사를 치는 순간이나 내게는 온통 낯설지만 왠지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만들어 내는 정신을 사납게 하는 헤비함이 아닌 삶의 무게와 목이 저런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혹독한 수련의 헤비함이 느껴졌다.

 

아! 나는 '헤비' 메탈을 들은 것이 아니라 헤비 '메탈'을 들은 것이었다. 차갑고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문명적인 메탈 안에서 나는 마치 그것이 음악의 전부인 양 깝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내 취향만 고집하는 것이 결코 옳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헤비메탈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그게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판소리가 아니었던들 어쩌면 나는 여전히 헤비메탈이 전부인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Oasis마저 억지로 폄하했으리라. 그리고 리키 마틴의 노래를 들으며 엉덩이춤을 떠올리는 일 따위는 생각지 못했으리라.

 

그러고 보면 나는 그동안 참 편협하게 살아온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판소리 춘향가와 같은 전환점은 또 언제 올까? 어쩌면 헤비메탈만 듣던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얼른 이 편협을 깨야 하는데...

 

그래야 나도 Livin la vida loca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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