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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지랄 쌩쑈

구라도사 2023. 12. 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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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미간 사이에 작은 상처를 하나 얻었다. 물론 공짜로. 누구나 겪었음 직하지만 어쩌면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아주 애매모호한 경험이기에 이러한 경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글을 남긴다. 

모년 모월 모시.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요의가 느껴져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다. 문 앞에 쓰레기통이 있기에 그걸 피해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내 몸통 가장 아랫부분인 새끼발가락이 문의 가장 끝부분인 문 가장자리에 걸렸다. 다들 알다시피 그 순간의 고통은 인간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작열통이나 절단통보다 심하지 않은가. 나는 나의 연약하고 남들보다 못생겨 발톱도 항상 비뚤어지게(절대 배가 나와서 그렇게 자르는 건 아니다.) 잘리는 새끼발가락을 불쌍히 여겨 두 손과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반쯤 열린, 정확하게는 나의 두 가랑이 사이에 끼어 있던 문에 정확하게 나의 미간을 꽂아 넣었다. 

항상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상쇄된다 했던가. 그 순간 새끼발가락의 고통은 정준하 앞의 우동처럼 사르르 사라졌고 미간의 고통이 작열통보다 절단통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고통에도 나는 새로 한 내 비싼 안경의 걱정이 앞섰다. 새로 맞춘 지 겨우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하지만 다행히도 안경은 무사했다.(역시 안경은 탄성이 좋고 우레탄 재질이 포함된 OOO 안경이 좋다.. 뭔 소리야.) 안방에서 나온 나는 한손으론 미간을 문지르고 다른 한손으론 새끼발가락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내가 왜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 했는지는 저녁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서야 생각이 났다. 

아! 오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그 상황에 정말 오줌이 급했다면 웅웅거리는 발가락이나 무진장 아픈 미간 중 하나는 손길을 받지 못했을 것 아닌가. 아니 정말 급했다면 발가락을 찧었을 때 찔끔, 미간을 찧었을 때 왕창 나오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면 난 참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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